[서평] 따뜻한 독종
Book Review
따뜻한 독종
■ 서거원 / 11,000원 / 위즈덤하우스, 02-704-3861, http://www.wisdomhouse.co.kr
"경쟁 사회에서 승자는 기술보다 정신이 강한 사람이다. 사람들을 이끌고 성공을 주도하는 자는 주먹이 센 사람이 아니라 정신이 타인을 압도하는 자다. 중심이 확고한 사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다."
- 본문 중에서
독종의, 독종에 의한, 독종을 위한 열정‘독종’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성질이 매우 독한 사람이나, 동물 또는 식물의 모질고 나쁜 품종이다. 이렇듯 독종이라는 단어가 주는 첫 느낌은 우선 차갑고 무섭고 가까이 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해서만은 독종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성공을 위해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강조하는 것이지 정말 독종의 부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독종이라고 불리우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뜻한 독종>은 한국 양궁이 세계 1등의 위치를 지키게 하는데 지난 25년간 커다란 역할을 해온 한국 양궁의 신화적인 인물인 서거원에 대한 자서전적 이야기다. 지금 한국 양궁은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지난 8월에 끝난 북경올림픽에서 뿐만 아니라, 과거의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서 당당히 1위에 입상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한 단계 올리는데 큰 기여를 한 종목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금빛 현실 한편에는 금메달 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으로 잘하면 본전 못하면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무거운 압박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1위에 올라서는 것 보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스포츠 초강대국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었던 모습 뒤에는 1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독종의 훈련, 독종의 전술/전략, 독종의 원칙, 독종의 열정 등이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축구, 야구같이 쉼 없이 뛰어야 하는 끈질김이나, 유도, 레슬링같이 뒤엉켜 뒹굴어야 하는 치열함도 없어 보이는 듯 가만히 서서 화살만 잘 쏘면 되는 양궁은 가장 편해 보이고, 특별한 훈련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종목으로 생각해온 나에겐 양궁 선수들이 연습하는 엄청난 양의 체력훈련, 상식을 넘어선 담력훈련, 상대와 차별화한 전략 등이 어느 종목 보다 더 필요하고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체계화된 훈련, 전략 등이 서거원표(?) 발상이고 실행이었다. 이러한 발상과 실행이 세계 양궁계가 한국 양궁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글로벌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하니 한 개인의 노력과 열정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뚜렷이 평가받고 있음이다.
발사대까지 걸어 나오는 수 미터 거리가 선수 본인에게는 42.195km 마라톤 거리 보다 멀게 느껴지고, 화살을 발사하기까지 조준하는 수 초 시간이 선수 본인에게는 90분 축구 시간 보다 오래 느껴지고 오직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승리한다는 양궁에 대한 새로운 이해 덕에 다음 양궁경기를 볼 때 색다른 묘미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독종이 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활과 화살이 아니고, 우리에겐 70m 과녁도 없지만, 분명 명중해야 할 보이지 않은 과녁, 즉 성취해야 할 목표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 고광빈 / PTC코리아 기술지원부 부장, kgoh@ptc.com
작성일 : 2008-10-28